[사설] 노동개혁 관련 오해·선입견·과잉기대부터 없애야

입력 2015-08-11 00:38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간 장님이 코끼리 만지고 말하듯이 단편적 논의만 무성했다. 지난 4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결렬되면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 도입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의 목표가 마치 임금피크제 확산과 더 쉬운 해고인 것처럼 비치고, 또한 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이게 됐다. 임금피크제가 널리 시행돼야 청년층 일자리가 늘어난다거나 임금피크제 확산이 ‘현대판 고려장’과 다름없다는 식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도 잇따랐다. 개혁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부풀려진 우려가 오해들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전체적 그림을 제시하려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유연성”이라며 “그 근간의 철학은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더 크게 확보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은 기업 내 임금의 공정성 확보가 목표라는 것이다. 이 장관은 “채용과 임금을 능력 위주로 운용하게 되면 해고를 더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채용을 더 쉽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노동시간 단축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일자리를 하루 8시간짜리로 다 쪼개보면 선진국과의 고용률 격차가 1∼2%포인트에 불과하다”면서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세대 간 공정성, 일하는 자와 못하는 자 간의 공정성 확보”라고 말했다. 또한 원청과 하도급,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공정성 확보와 사회안전망 강화도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결국 이 장관의 개혁 비전은 임금과 노동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통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정규직 일자리를 주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명료한 슬로건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장관의 발언에는 오해와 잘못된 선입견들을 모두 불식시키기에 미흡한 점들이 있다. 이 장관은 “두 문제(일반해고 기준 명료화와 취업규칙 변경 문제)는 노동시장의 공정성 확보와 직결돼 있고,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쉽게 채용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의제는 관철되더라도 노동계의 우려처럼 해고가 별로 쉬워지지도 않지만 관련 정부 지침이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특히 청년 일자리 늘리기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 의제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 장관 말대로 지금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그림은 흐트러져 있다. 큰 그림과 우선순위를 놓치지 말고 그 당위성에 대해 꾸준히 국민들과 소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