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부의 A교회는 많은 부교역자들이 선망하는 사역지다. 정년이 따로 없고, 안식년·월 제도가 마련돼 있다.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주고 부교역자들의 월 평균 급여는 200만원 이상이다. 안식년을 마친 부교역자들에게는 학업이나 외부 강의 등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도 허락된다.
A교회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국내 교회 80%가량이 미자립·개척 교회임을 감안하면 부교역자에 대한 대다수 교회의 처우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교역자 처우 기준을 만들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담임목사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건강한 부교역자를 키우려고 애쓰는 교회들도 찾아볼 수 있다.
10명의 부교역자를 두고 있는 서울 S교회. 10년 전 공무원 급여 규정을 도입해 부교역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청빙이 되면 여전도사는 9급 1호봉(127만원), 남전도사는 군복무 기간을 인정한 8급 4호봉(165만원)에서 시작한다. 전임 부목사는 7급 5호봉(190만원)부터 출발한다. 매년 호봉이 오를수록 월급도 늘어나는 구조인데, 목회자들의 청빈함을 요구하는 성도들의 정서와 부교역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선에서 절충한 방안이다.
이 교회 L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의 사례가 너무 낮은 상황에서 성도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사례비를 인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도입했다”면서 “현실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어느 정도 맞춰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대구의 B교회 역시 공무원 급여 규정을 따르는 동시에 매년 급여 인상률도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신대원을 다니는 부교역자에게는 학비도 전액 지원해준다. 이 교회 K담임목사는 “다음세대를 이끌어갈 교회의 핵심 지도자들이 부교역자라는 점을 평소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고양 C교회의 경우, 비슷한 규모의 타 교회와 비교할 때 급여 수준이 높진 않다. 하지만 일정한 사역기간을 마친 부교역자들이 교회 개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편이다. 대략 1∼2년마다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교회 한 곳씩 ‘분립 개척’을 하는데, 본 교회 측에서 개척지원금을 통상 1억∼10억원씩 지원한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D교회는 조금 다른 경우다. 담임목사조차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교회 형편이 좋지 않다. 하지만 안식월을 마련해 매년 한 차례씩 부교역자가 성지순례를 가게 한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이 우리 교회에 있는 동안에는 ‘훗날 자신의 목회를 펼쳐갈 수 있도록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교회 출신 교역자가 나중에 어디 가서 못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교역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담임목사들의 공통점은 부교역자를 ‘동역자’로 여긴다는 점이다. D교회 담임목사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분위기가 조성되면 부교역자들 스스로 주체성을 갖고 일하는 게 어려워진다”면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간의 갈등이나 문제를 해소하려면 일단 양측 관계를 ‘동역자’의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A교회 목사 역시 “부교역자와 담임목사는 역할이 다를 뿐 상생하는 관계”라며 “수평적인 목회 리더십 속에서 공동목회가 이어진다면 담임목사 입장에서도 ‘롱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교역자를 향한 조언도 있다.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는 “무엇보다도 부교역자들은 ‘하나님과 얼마나 진실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1순위”라며 “고단한 목회 현장 가운데서도 주님의 손길을 의지하면서 인내함으로 성화를 이뤄가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박지훈 양민경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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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다음세대 이끌 지도자” 배려하는 교회 늘어
입력 2015-08-1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