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표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가 사실상 아베 총리의 마지막 결단만 남겨 놓고 있다. 아베 담화 관련 한·일 간 움직임을 잘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총리 자문 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가 6일 발표한 보고서 수준에서 아베 담화가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아베 총리가 이 보고서보다 더 유화적인 톤으로 (담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아베 담화가 우리의 요구 수준에 크게 못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아베 총리가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 간부들에게 보여준 담화 초안에는 전후 50년 담화인 무라야마 담화와 전후 60년 담화인 고이즈미 담화에 포함된 ‘사죄’는 물론 그와 유사한 문구도 없었다. 또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은 포함됐지만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는 명확하게 자리매김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국민일보 8월 8일자 1면 보도).
결국 그동안 “(과거 담화와) 같다면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대로 아베 담화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보수 진영에서도 좀 더 강도 높은 사죄 표현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의원에서 집단자위권 법안 강행 처리로 내각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지난 7일 밤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사죄의 의미가 세계 각국에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사죄의 표현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또 “일본이 왜 반성을 하는지, 그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의미가) 전해지지 않는다”며 상대방(한국, 중국 등)에게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임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요구에 대해 아베 총리는 “알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쳐 담화를 발표하기로 한 만큼 공명당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일본 최대 신문인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7일자에 ‘총리도 침략을 명확하게 인정하라-과거에의 반성과 사죄는 빠뜨릴 수 없다’는 사설을 게재했고, 일본 보수파의 거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한·중과 일본 간 역사 문제에 대해 “민족이 입은 상처는 3세대 100년간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함께 언행은 엄격하게 삼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전문가인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에게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전체 여론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 기자 bwbae@kmib.co.kr
[이슈분석] 귀막은 아베, 결국 마이웨이?… 전후 70년 담화 초안 내용은
입력 2015-08-10 03:10 수정 2015-08-10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