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70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13일 대규모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한다. 관심의 초점은 기업인 포함 여부다. 현재로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상당수 기업인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박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그런 만큼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정치인들이 이번 사면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사면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청와대 역시 정치인 사면 여부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유달리 강조해온 ‘정치개혁’ 언급을 보면 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이른바 비리·부패 정치인 사면은 원칙적으로 없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여권 관계자는 9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악습의 고리를 끊겠다는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 인식을 보면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식 ‘사면의 정치학’은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여야 정치인들을 사면해온 것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정치개혁을 거듭 주문했던 이른바 ‘와병 메시지’에 주목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해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그렇게 정치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선 정치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리와 부패 정치인은 개혁의 대상인데 사면까지 해줘서 다시 구태정치로 회귀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이런 특사가 역대 정부에서 이뤄질 때는 언제나 정치공학적 측면이 배경에 깔려 있었다. 여야의 ‘주고받기 식’ 정치논리가 개입됐던 것도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민 화합’을 명분으로 정치인, 경제인은 물론 측근 인사들이 포함된 사면을 해 왔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사면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측근에 대한 설 특사를 단행해 논란을 불렀다. 2010년 광복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형 노건평씨, 서청원 당시 미래희망연대 대표 등을 사면했다.
노 전 대통령도 임기 말인 2008년 1월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사면했다. 2005년 60주년 광복절 특사에는 열린우리당 정대철·이상수 전 의원, 한나라당 김영일·최돈웅 전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등이 사면됐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등이 사면·복권된 것도 노무현정부에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이념적 대립과 갈등 해소 차원에서 공안사범 5800여명을 사면·복권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위기 때인 1998년 나라 살리기 차원에서 사상 최대인 552만명을 사면했다.
박 대통령이 단행할 이번 사면의 초점은 단연 국민적 자긍심 고취 및 국가 발전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국민 사기 진작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70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민 사기를 고취하는 차원에서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위한 명분으로 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올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는 차원에서 이번 사면에는 생계형 범죄사범, 영세 자영업자 등 일반사범은 물론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측면에서의 기업인 포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정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 투자가 절실한 만큼 대기업 총수들 사면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다만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부 기업인까지 사면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기류도 있다. 박 대통령은 결국 국민 대통합 및 국가 발전의 취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정치철학 사이에서 사면 대상과 범위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정치공학 작용 없는 ‘사면의 힘’ 보여준다… 朴 대통령식 ‘사면의 정치학’
입력 2015-08-10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