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대립하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7일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와 법적 분쟁 등 험난한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일 롯데의 핵심 지배 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누가 장악하느냐다. 이를 두고 조만간 열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의 구체적인 시기와 안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신 회장은 이후 한국롯데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한 일본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도 오르며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이에 맞서 신 전 부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주총을 통한 롯데홀딩스 이사진 교체 등 반격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주 초 롯데홀딩스 주총 소집을 요구하면 이달 중 주총이 열릴 수도 있다. 신 회장 측도 주총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9일 “경영권 분쟁을 하루빨리 마무리짓기 위해 주총을 서둘러 개최하는 편이 낫다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안건이다. 신 회장 측은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정관 개정을 주요 안건으로 낼 전망이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주요 안건에 신 회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 교체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총에서 신 회장이 제안한 안건이 채택되고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진 교체 요구가 부결될 경우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종료된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주총 표대결을 통해 이사진 교체에 성공하면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되찾아 경영권 다툼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주총 승패 여부와는 별개로 양측이 지루한 법적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에서 패배하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소송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취임하는 과정에 대한 적법성 논란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기존 L투자회사 대표이사였던 신 총괄회장의 허락이나 상의 없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일 롯데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신 총괄회장의 의중도 경영권 다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신 총괄회장이 경영권 다툼에 개입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우선 416개 순환출자 고리로 복잡하게 얽힌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그룹 총수와 그 인척의 해외 계열사 현황과 투자 현황을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정치권도 재벌 개혁을 위한 공정거래법 추진을 언급하는 등 사방에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는 국적 논란이 일면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동시에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분쟁을 어떻게 잘 해결하고 수습하느냐에 따라 롯데그룹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단기간에 터져나온 복합·다양한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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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0 02:59 수정 2015-08-10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