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가정환경이 아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경제적으로 불행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가난을 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와 듀크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아동빈곤과 두뇌발달·학업성취도의 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니콜 헤어 미시간대 교수, 제이미 핸슨 듀크대 교수 등은 소득수준과 두뇌 상태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4∼22세 389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 연방정부 설정 빈곤선(FPL)에 미달하는 가정의 자녀는 대뇌 신경세포가 모인 부분인 회백질이 또래 평균보다 8∼1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백질의 양이 적은 곳은 주로 행동과 학습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측두엽이었다. 빈곤층 어린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어린이들보다 20% 정도 낮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올해 연방정부 빈곤선은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2만4250달러(약 2830만원)다.
연구진은 “가난으로 어린이들의 학습 능력이 손상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이 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빈곤층 가정에 환경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도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3∼20세 1099명을 조사한 결과 연소득 2만5000달러(약 2920만원) 미만 가정의 자녀는 연소득 15만 달러(약 1억7500만원) 이상 가정의 자녀보다 대뇌 표면적이 약 6% 작았다. 당시 연구진은 “먹고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는 것이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화학 물질이나 공기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1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지능지수(IQ)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집단의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가난하면 공부 못해’ 사실로… 美 미시간·듀크大 조사 연구
입력 2015-08-10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