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정정할 때 물러난 회장님들… “젊은 세대가 그룹 이끌어야”

입력 2015-08-10 02:03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말년에 아들들의 후계 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지만 잡음 없이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재벌 회장들도 많다. 구자경(90) LG그룹 명예회장, 구태회(92) LS그룹 명예회장, 정몽근(73)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이의순(92) 세방그룹 명예회장, 지난해 92세로 타계한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LG그룹 구씨 일가의 잡음 없는 승계는 재계 내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70세이던 1995년 사장단회의에서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충실히 해 왔고 그것으로 나의 소임을 다했으며, 이제부터 젊은 세대가 그룹을 맡아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구 명예회장을 따라 구씨와 허씨의 창업 2세 대부분이 동반 은퇴했다. 구 명예회장은 이후 그룹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은 채 20년 이상 LG연암학원 이사장으로 인재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구씨 일가인 LS그룹은 사촌 간 경영권 승계라는 독특한 문화도 만들어냈다. 2012년 11월 LS그룹 구자홍 회장은 사촌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그룹 회장 직을 넘겼다.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1996년 74세의 나이에 회장 직을 아들 이웅열 회장에게 넘겼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이제는 IT 등 새 사업을 할 때인데 첨단 정보통신시대에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 새 시대에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며 은퇴했다. 이 명예회장은 퇴임 이후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으로 20여년간 사회봉사 활동 등에 힘써오다 지난해 11월 타계했다.

로케트밧데리로 유명한 물류 전문 중견그룹인 세방그룹의 이의순 명예회장은 2013년 아들인 이상웅 부회장에게 회장 직을 넘겨준 뒤 사회복지법인 세방이의순재단 운영 등에 주력하고 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도 2006∼2008년 아들인 정지선 부회장에게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주고 현대그룹 창업주 2세 중 처음으로 명예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신 총괄회장은 경영권 분쟁 직전까지도 백화점 점포를 직접 둘러보는 ‘노익장 경영’의 대표선수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는 건강 상태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처했다. 재계 관계자는 9일 “재벌 회장이 언제 은퇴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겠지만 롯데 사태 때문에 내부 집안 단속에 나서는 대기업이 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남도영 최예슬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