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로 뜨더니 막말로 망하나… 여성비하 발언에 거센 역풍·공화당조차 퇴출까지 거론

입력 2015-08-10 02:49
앵커 메긴 켈리

막말로 주가를 올리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코너에 몰렸다. TV토론회를 진행한 여성 앵커를 상대로 수준 이하의 막말을 날려 공화당 내부에선 그의 퇴출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내 영향력이 강한 보수단체 ‘레드스테이트’는 즉각 8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그를 배제했다. 트럼프가 중도하차하거나 상승세가 꺾일지, 아니면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고 인기를 유지할지 중대 기로에 섰다.

◇트럼프의 막말에 “도 넘었다” 일제히 비판=트럼프는 폭스뉴스 TV토론회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토론회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ABC방송과 NBC, CNN에 잇따라 출연해 토론회의 진행방식을 문제 삼으며 여성앵커 메긴 켈리를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는 CNN ‘투나잇’에 출연해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다른 어디에서도 피를 흘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켈리가 생리 탓에 예민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었다.

공화당의 다른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비난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군 최고 통수권자라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자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력과도 맞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를 배제함으로써 생길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53%의 여성 유권자들을 모욕했다”며 “트럼프는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대선주자인 칼리 피오리나는 트위터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일갈했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참전군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여성에 대한 그의 공격은 기본적인 품위도 없는 심각한 인격 부족”이라고 날을 세웠다.

폭스뉴스의 소유주이자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 역시 트위터를 통해 “친구 도널드는 이것이 공인의 생활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다른 어디라는 말은 코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는 자신을 자문해온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로저 스톤을 해고하면서 선거캠프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성 앵커 켈리 부상=트럼프를 쩔쩔매게 만든 메긴 켈리가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도 TV토론회에서 그녀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초청대상에서 뺀 레드스테이트의 에릭 에리슨 대표는 “트럼프 대신 켈리를 토론회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켈리는 현재 폭스뉴스에서 두 번째로 인기 높은 프로그램인 ‘켈리 파일’의 진행을 맡고 있다.

한편 켈리가 진행한 첫 공화당 TV토론은 미 전역에서 240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다 시청자수 기록을 갈아 치우는 ‘대박’이었다. 기존 최다 시청자 기록은 1993년 11월 앨 고어 당시 부통령과 로스 페로가 진행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토론으로 1680만명이 CNN ‘래리 킹 라이브’를 통해 지켜봤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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