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총괄회장을 만났는데 처음엔 침착하고 아무 문제없었다. 그런데 대화 도중에 ‘어?’라고 생각이 드는 국면이 있었다. 같은 질문을 다시 하거나 내가 말씀드렸는데 다시 말씀하신다든지, 내가 일본 담당인데 한국이랑 헷갈려 하신다든지….”
롯데그룹 신격호(94)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에 대해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전한 말이다. 그는 “(신 총괄회장한테 정상과 비정상의)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신 총괄회장의 오락가락 불투명한 언행으로 노쇠에 의한 기억력 저하와 치매의 관련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과연 노쇠와 치매에 의한 건망증(기억력 저하)은 무엇이 다르고 같은 것일까.
나이가 들면 정상적인 사람도 뇌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주의·집중력, 회상력 저하 증상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사고력과 기억력, 판단력, 주의·집중력의 저하엔 나이보다는 다른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교육수준, 생활의 경험, 불안 수준과 심리적 스트레스, 신체건강 수준 등이 그것이다. 기억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뇌의 한 부분)의 핵심영역 신경세포는 정상적인 노화에 의해선 거의 손상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억력과 판단력을 떨어트리는 위험요인이 연령증가에 의한 노화 현상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송후림 교수는 “나이도 나이지만 신체건강의 약화가 기억력과 사고력 등의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흔히 의사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억력과 사고력 저하를 막고, 나아가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에도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신체건강이 약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 쯤 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간단히 치매 전 단계로 지칭되기도 한다. 같은 연령층에 비해 인지기능 중, 유독 기억력만 많이 떨어져 있을 뿐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편이므로 치매라고 보기 어려운 정신건강 상태다. 그러나 이들 중 10∼12%가 해마다 치매로 발전하고 있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노인성 우울증도 기억력과 사고력, 판단력, 주의·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를 지닌 노인이 우울증을 겪을 경우 주의·집중력, 시공간 지각력, 수행능력 등 주요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는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노인 366명을 대상으로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179명)의 주의·집중력과 시공간 지각력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187명)보다 각각 10∼12%, 13.4%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상생활 수행능력도 26.4%나 낮았다.
한편 일반적으로 치매예방수칙으로 권장되는 것은 3권(勸), 3금(禁), 3행(行)수칙이다. 3권이란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를 권한다는 것이다, 또 3금은 술, 담배를 멀리하고, 머리를 다치지 말라는 지침이다. 마지막으로 3행은 꼭 실천해야 할 것으로 정기 건강검진 받기, 가족 및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기, 65세 이후 매년 치매 조기검진 받기 등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기억력 저하·치매, 나이탓만 아니다
입력 2015-08-1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