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권혜숙] 다문화와 단일민족

입력 2015-08-10 02:10

모두가 ‘창의성이 곧 경쟁력’을 외치는 시대, 한국인의 창의성은 어느 정도일까. 해마다 세계 각국의 창의성 순위를 매기는 캐나다 토론토대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발표한 올해 순위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31위에 올랐다. 평가 기준 중 ‘기술’ 부문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종합 순위가 높지 않은 것은 ‘관용’에서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보다 낮은 70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창의력 평가에는 다른 인종이나 문화, 사회적 소수자 등에 대한 관용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혁신적인 생각은 ‘다름’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13년 81개국의 인종차별 실태에 관한 연구를 보도하며 ‘관용 없는’ 한국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은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 중 예외적으로 관용도가 낮은 특이한 경우라고 지적하며, 한국인이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국가적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실제로 ‘한민족(韓民族)’ ‘배달민족’ ‘백의민족’이라며 단일민족의 자부심을 교육받았던 기성 세대에게 다문화로 치닫는 최근의 변화가 걱정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를 다룬 ‘상상의 공동체’ 저자인 미국 코넬대 베네딕트 앤더슨 명예교수는 올해 초 내한해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한국도 이제 단일민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걸 믿는 민족이 있다면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일보는 지난주 ‘다문화가 경쟁력이다’ 시리즈 연재를 시작했다. 첫 회 기사의 댓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것은 ‘조선족들 범죄나 신경 써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은 세계적인 추세다’ 같은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시리즈가 끝날 때쯤엔 이런 강퍅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질 수 있을까.

권혜숙 차장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