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요? 말도 마세요. 마을이 적막강산 그 자체입니다.”
지난 7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입은 피해가 어느 정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주민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는 인근 해수욕장의 시끌벅적한 모습과는 달리 적막함이 가득했다. 도로 옆 건물들과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건물 앞 간판이 예전에 식당이나 건어물 가게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건물은 대부분 낡았고 인적이 뜸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마을의 한 냉면 음식점 출입문에는 ‘임시휴업’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1년 전쯤 붙여놓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귀띔했다. 건물주인 이봉기(53)씨는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무렵 식당으로 임대했는데 관광 중단 후 손님이 너무 없다보니 버티다 못해 결국 지난해 손을 털고 나갔다”고 말했다.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한 유일한 관문인 7번국도 변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각각 10개가 넘는 건어물 가게와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창 때는 가게나 식당들이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특수를 누렸다고 주민들은 회고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5년 6월 누적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명파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 중단 7년째를 맞은 이곳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건어물 가게 2곳만이 영업 중이다. 생계가 막막해지자 상인 2명은 야반도주했고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생을 마감한 주민도 있다고 한다.
명파리 가장 북쪽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복(60)씨도 관광 중단 피해자다. 4000만원의 빚을 내 건어물 가게를 차렸지만 갑작스러운 관광 중단으로 생계가 막막해졌다. 빚은 현재 6000만원까지 늘었고 장사만으로는 빚을 갚기가 버거워지자 아내에게 가게를 맡기고 지금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다쳐 어쩔 수 없이 가게 일을 돕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 빚을 갚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의 첫 관문인 현내면 초도리에 위치한 현대아산 화진포휴게소도 조용했다. 대형버스, 승용차들의 엔진소리로 시끄러웠던 7년 전과 달리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대형버스 70여대, 승용차 80여대를 세워놓을 수 있는 주차장엔 관광버스 4대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출입문이 굳게 잠긴 발권장 내부는 불이 꺼진 채 먼지만 가득했고, 식당 건물에는 덩그러니 남은 주방기구만이 이곳이 식당이었음을 말해줬다. 관광 인솔자와 관리자 등 100여명이 일했던 휴게소에는 현재 관리직원과 시설담당, 경비원 등 3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14년째 아산휴게소를 관리해 오고 있는 김재순 시설담당은 “자동차 엔진소리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면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관광이 한창일 때는 주차장이 비좁을 정도로 차량이 많이 몰려서 인근 화진포해수욕장 주차장에 버스들을 순번대로 대기시켜 놓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타고 온 버스를 찾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짜증을 많이 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 “다시 그 시절이 돌아온다면 노인들에게 더 친절하게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휴게소 시설책임자인 변홍석 대리는 “‘관광객들로부터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밖에 못해줘 안타깝다”면서 “당장이라도 관광에 돌입할 수 있도록 시설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고성지역에 미친 영향은 심각하다. 고성군에 따르면 금강산을 포함한 고성지역 관광지 방문객은 2007년 721만명이었으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엔 369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09년 503만명, 2010년 586만명, 2011년 483만명, 2012년 506만명 등을 기록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관광객 감소는 연평균 210만명이고, 이로 인한 지역의 경제적 손실은 매월 32억원씩 모두 2426억원에 달한다. 휴·폐업한 업소는 414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성군 관계자는 “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숙박업, 음식업, 건어물 가게 등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던 소규모 영세업소들이 가장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관광버스 기사를 상대로 민박업을 하던 명파리 주민 송모(80) 할머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먹고살기 힘들다. 생계 자체가 막막해지다보니 마을 인심도 박해졌다”면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바로 ‘금강산 관광 재개’”라고 말했다. 고성=글·사진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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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중단 7년] 침체에 빠진 강원도 고성을 가다… 건물·주차장 텅 비어있고 마을은 적막강산
입력 2015-08-10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