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철산리 강화평화전망대 잔디마당에서 9일 오후 3시 남북 연인의 가상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 무대의 왼쪽에는 멀리 황해도 연백평야가 펼쳐지고, 오른쪽에는 개풍군 선전용 위장마을과 개성공단 탑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남한에서 가장 가깝게 북한 주민의 실생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혼례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패의 축하공연에 이어 신랑신부가 등장할 차례다. 예쁘게 단장한 신부는 이미 도착했지만 신랑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왜 신랑이 아직 오지 않았느냐”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초조해진 신부 아비가 시간을 끌기 위해 막간극을 펼치라고 주문했다.
공연 후에도 신랑이 나타나지 않자 아비는 “그까짓 놈 기다릴 것 없이 오늘 여기서 신랑을 찾아 딸의 혼례를 꼭 성사시켜야겠다”며 마름에게 200여명의 관람객 중에서 신랑을 물색해 보라고 지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랑을 뽑아 길눈이(주례)를 모시고 덕담을 나누며 혼례를 마쳤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아시아 신진예술가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첫날 행사 ‘새로운 출발’의 하이라이트다. 신랑 없는 혼례식은 대화도 나누고 사랑도 하고 싶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막혀버리는 분단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낸 것이다.
공연에는 한예종 전통예술원 재학생(전통연희 및 전통기악) 10명, 음악원 재학생(브라스밴드) 10명,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예술인 40명이 참가했다. 연출을 맡은 김원민 전통예술원 교수는 “결혼식 해프닝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해학극”이라고 말했다.
‘Across & Along-평화를 향해, 함께 앞으로’를 주제로 휴전선 155마일을 가로지르며 올리는 ‘DMZ 평화예술제’는 12일 오후 3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통일염원’, 14일 오후 8시 철원 노동당사에서 ‘평화기원’을 주제로 이어진다.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중 유일하게 민통선지역 내에서 개최되는 행사다. 14일 공연에는 김남윤 교수와 바이올린 70인조 오케스트라, 발레 및 현대무용팀 12명, LDP무용단 15명 등이 참가한다.
김봉렬 한예종 총장은 “분단을 딛고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남북 예술교류 차원에서 추진하다 여의치 않아 아시아 예술인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열게 됐다”고 밝혔다. 공연은 민통선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 후 입장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강화=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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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예술인들, 민통선서 통일염원 공연… ‘신진예술가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 개막
입력 2015-08-10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