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15) 펜타포트에서 신해철을 만나다

입력 2015-08-10 02:10
김바다. 에버모어 제공

지난 7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2015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3일 동안 열린 이 페스티벌은 올해로 10회를 맞아 그 의미를 더했다. 록밴드 스콜피온스(Scorpions), 서태지, 프로디지(Prodigy)가 헤드라이너를 장식했다.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발걸음을 하고 싶은 뮤지션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향해 환호를 쏟아내는 일은 더위를 잊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록 페스티벌의 묘미는 바로 그런 몰입에 있다.

첫날 열린 고(故) 신해철 tribute by 넥스트(NEXT) 무대는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을 안겨준 그가 무대에서 부활한 것이다. 시나위 보컬 김바다와 넥스트의 합동 공연은 그를 조용히 돌아보게 했다. 김바다는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를 밴드 넥스트와 함께 선보였다. 강렬함 속에 절제된 보컬이 생전 그를 떠올리게 한다. 엔딩 곡 ‘그대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마왕 신해철’을 추모하는 열기는 뜨거웠고 또한 아쉬웠다.

옳고 그름에 대해 명징한 발언을 했던 신해철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뮤지션이었다. 그것은 그가 남긴 음악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동시대를 살아온 대중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1990년대 문화를 향유했던 세대들은 나에게 위안을 줬던 노래의 주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움찔했다. 90년대 10, 20대를 보냈던 사람들은 어느새 30, 40대가 됐다. 신해철의 음악을 들으며 90년대를 추억했고 신해철을 떠나보내면서 죽음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펜타포트에서 만난 신해철은 그의 음악으로 불멸이라는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음악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 느낄 수 있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