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제로 쓴 책을 냈더니 한 기자가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했다. “정치와 사랑에 공통점이 있나요?” 대답을 하다 보니 아주 흥미로운 공통점들이 있었다.
첫째, 정치와 사랑은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사는 ‘관계’에 대한 것이다. 어떠한 관계를 이루느냐에 온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정치와 사랑이다. 둘째, 정치와 사랑이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란 생기게 마련이다. 사랑과 정치가 괜찮을수록 그 갈등이 싸움이나 증오나 결별로까지 치닫지 않는다.
셋째, 정치와 사랑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지혜롭게 나누느냐에 대한 것이다. 자원이란 무한히 커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잘 나누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정치가 사회적 자산을 공정하게 나누는 데 핵심이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남녀 간에 책임과 권한,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핵심이 있다. 넷째, 정치와 사랑은 궁극적으로 ‘구원’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해준다. 정치 역시 궁극적으로 이 잘못된 세상, 잘못된 사회, 잘못된 관행을 바꾸며 우리의 삶을 구원해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공통점은 무척 많다. 좋을 땐 한없이 좋지만 싫을 땐 혐오스럽기까지 하다는 것, 내가 바라는 개념과 네가 바라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대개는 모르고 지난다는 것 등, 하나하나 의미심장하다. 정치와 사랑은 비슷하기에 사실 그렇게도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하기는 잘 못하는 것처럼 좋은 정치를 바라면서도 나쁜 정치, 최악의 정치에 빠져드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본질을 잊지 말자. 정치와 사랑은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고 갈등을 풀어가는 것이고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와 사랑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이다. 지레 포기하지도 말고 지레 혐오에 빠지지도 말자. 현실의 진흙탕에서 이상을 이루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정치와 사랑의 공통점
입력 2015-08-1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