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남녀축구 첫 동반대결 승리의 여신은 누구편

입력 2015-08-08 03:34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6일 중국 우한 FA 연습경기장에서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나란히 2승을 기록 중인 한국과 북한은 8일 오후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연합뉴스
한국과 북한 축구의 ‘한반도 더비’는 싱겁게 끝난 적이 없다.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혈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윤덕여호’는 8일 오후 6시 10분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슈틸리케호’는 9일 같은 시각 북한을 상대로 7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한국 남녀 축구가 동아시안컵 사상 처음으로 동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북한전 8연패 사슬 끊어라=‘윤덕여호’는 골득실 +2를 기록, +3인 북한에 밀려 2위에 올라 있다. 비기면 북한에 우승컵을 내주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북한에 뒤진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북한은 8위, 한국은 17위에 랭크돼 있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1승1무13패로 절대 열세다.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1대 0으로 이긴 뒤 내리 8연패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앞선 2경기에서 7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한국도 강호 중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다.

윤덕여 감독은 7일 오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가진 훈련에 앞서 “무승부는 의미 없다”며 “대다수 선수가 작년 아시안게임 때 아쉽게 북한에 패해 정신적으로 잘 무장돼 있다. 조화롭게 경기하면 좋은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축 선수들이 지쳐 있는 만큼 북한전에서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북한 대표팀의 주장 나은심(27)을 꼽을 수 있다. 나은심은 일본전에서 2골 1도움을 수확하며 북한의 4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중국전에선 집중 견제를 받자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는 노련한 플레이로 3대 2 승리를 도왔다. 한국은 나은심을 압박해 볼 배급과 슈팅 기회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신력 싸움에서 이겨라=남북 남자 축구가 맞대결을 벌이는 것은 2009년 4월 서울에서 열렸던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6승7무1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치른 6번 경기에선 1승5무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북한은 3차전에서 한국을 꺾으면 동아시안컵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총력전을 펼칠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대회에서 ‘빨치산 전술’을 펼치고 있는 북한은 특정 선수가 아니라 조직력을 앞세워 많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한다.

북한 격파의 선봉엔 이정협(24·상주 상무)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이정협을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이종호(23·전남 드래곤즈)와 이재성(23·전북 현대)을 출격시킨 4-2-3-1 전술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김신욱(27·울산 현대)을 원톱으로 출장시킨 일본전에선 일본의 수비에 고전하며 1대 1 무승부에 그쳤다.

이정협은 “스트라이커로서 골을 넣으면 당연히 좋지만 나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을 돕는 것도 내 역할”이라며 “숙소에서 중국과 북한 경기를 봤는데 북한도 많이 지쳐 있는 것 같다. 북한전은 정신력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