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급락한 그룹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그룹의 전근대적인 경영방식과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등 감춰왔던 치부는 지난달 말 이후 지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 때문에 ‘롯데가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지분 공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 있는 위기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바닥까지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그룹은 2018년까지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포함해 2만4000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다고 7일 밝혔다. 청년 고용문제 해결을 강조해 온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지난 4월 기준 416개로 국내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459개 중 90.6%를 차지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당장 순환출자를 줄일 수 있는 부분과 좀 더 시간을 갖고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각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환출자 고리 정리를 위해 지분을 매각·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단기간에 출자구조를 크게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 유통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협력사를 압박해 왔다는 일각의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 관계사들과의 상생방안 마련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내부 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롯데그룹 내부의 상명하복(上命下服)식 후진적 군대문화와 저임금 구조, 무리한 실적압박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지난해 기준 롯데그룹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5160만원으로 10대 그룹 중 꼴찌였다.
베일에 싸인 롯데 지분구조를 공개하는 문제도 공개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일 롯데의 지분구조를 밝히라는 정부와 시민단체, 여론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까지 롯데그룹에 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주주 현황 등 경영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신 회장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싶어도 비상장사인 롯데홀딩스의 일본인 대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업계에선 롯데가 절충점을 찾아 지분 공개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신 회장을 포함해 총수 일가의 주식 위주로 주식 현황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인 주주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영권 다툼의 한 축인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후 8시쯤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29일 입국한 지 9일 만이다. 신 전 부회장은 공항으로 떠나기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동생이 멋대로 L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고 화를 내셨다”며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항에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일정 등을 묻는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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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8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