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살이나 다름없어요. 가로판매대(가판대) 안은 숨이 막힐 정도라서 바깥에 나와 있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어요.”
서울 종로4가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상인 김모(79)씨는 7일 가판대 밖에 빨간 플라스틱 의자를 내놓고 앉아 연신 부채질을 했다. 모시 소재의 웃옷과 여름용 바지를 입었지만 땀은 비 오듯 흘렀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려도 열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평 남짓한 가판대 안의 좁은 공간은 ‘찜통’과 다를 바 없었다. 음료박스부터 과자박스, 잡지책 등이 숨 막힐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오후 3시30분쯤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지만 가판대 안은 바깥 기온보다 3도 높은 35도까지 치솟았다. 밖에 나와 있던 김씨는 비를 피해 다시 ‘찜통’으로 들어가야 했다. 더위를 식혀주는 건 손바닥만한 소형 선풍기가 전부다.
김씨는 며칠 전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먹고 배탈이 났다고 했다. 점심값이 아까워 밥을 싸오는데 더운 날씨에 상해버린 것이다. 이런 그에게 에어컨은 사치다. 그는 “하루 매상이 7만∼8만원인데 최대한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 달에 임대료 등으로 9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에어컨을 설치해 틀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고 말했다.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가판대 상인들에게 하루하루는 ‘전쟁’이다. 빠듯한 벌이 탓에 선풍기 트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달리 더위를 피할 길이 없어 그저 버틸 뿐이다.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근처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A씨는 얼음물을 들이키며 더위를 참아내고 있었다. 이 가판대에는 서울시에서 무료로 달아준 작은 태양광 발전기가 있다. 직전에 가판대를 운영했던 상인이 두고 간 에어컨도 있다. 하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에어컨을 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한 달에 전기요금이 3만∼4만원 정도 나온다”며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했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 가판대 10곳에 시범적으로 태양광 미니 발전기를 설치했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미니 발전기를 이용하면 가판대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40% 정도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가판대에 미니 발전기를 설치하면 매월 8000∼1만원 정도 전기요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기획] ‘한 평 가판대’ 상인들 폭염과 사투… 전기료 아까워 선풍기·에어컨 안 켠다
입력 2015-08-08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