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300석’ 딜레마에 빠진 여의도… 국회 의원정수 발목잡혀 정개특위 공회전

입력 2015-08-08 02:29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 ‘300명의 딜레마’에 빠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 지도부가 의원 정수 300명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선거구 획정,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조정 등은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됐다.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에 대한 극심한 반대 여론을 고려한 판단이지만, 여야가 ‘300명’이라는 수에 갇히면서 협상 폭이 좁아졌다. 7일에도 여야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는 등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이 과거처럼 선거구 획정을 두고 줄다리기하다 막판 의원정수를 늘리는 ‘꼼수’를 되풀이하기보다는 여러 타협안을 사전에 공론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최근까지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 1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 획정 방안을 논의해 왔다. 애초 여야는 지역구 의원정수를 ‘10석+α’ 정도 늘리는 안에 어느 정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국민 반발 여론을 최소화하면서도 헌재 결정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의원정수’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상황이 꼬였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반발이 커지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해야 한다”고 나섰다. 국회 정개특위 논의는 제동이 걸렸다.

여야는 공식적으로는 지역구 246석에 맞춰 선거구 획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지역구 통폐합 가능성이 큰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한 농촌 지역 의원은 “농촌 인구가 적다고 4∼5개 선거구를 묶을 수 있느냐”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정개특위에 가이드라인을 줄 정도로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헌재가 2001년 지역구 인구 편차를 3.88대 1에서 3대 1로 줄이라고 하자 여야 정개특위는 1년이 넘게 의원정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로 씨름했다. 결국 정개특위에서 날치기 논란까지 벌어지는 진통 끝에 지역구 16석이 늘었다. 비례대표 10석이 ‘달래기’ 식으로 추가됐다. 17대 총선거를 40일가량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공론화 작업도 없었기 때문에 ‘지역구 밥그릇 지키기’라는 여론이 거셌다.

이에 따라 여야가 의원정수를 놓고 솔직한 공개 토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의원정수를 고정시킨 채로 논의를 하다 선거구 획정에 목숨이 오가는 의원들 때문에 국회가 난장판이 될 수 있다”며 “세비 축소 등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개혁을 꼭 이루겠다고 엎드려 비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폭넓게 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의원정수를 300명에 고정해야 한다고 밝힌 이상 과거처럼 의원수를 대폭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300석 안팎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도시·농촌 선거구 간의 편차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 ‘타협 정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