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없어도… 주제는 트럼프

입력 2015-08-08 02:37

여론조사 기준으로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한 군소후보 토론회에서도 단연 화제는 트럼프였다. 후보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은 트럼프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객석은 텅 비었고, 현장의 취재기자들조차 별 관심을 주지 않을 만큼 맥 빠진 토론회였다.

군소후보 토론회에서 그나마 화제가 된 인물은 휴렛팩커드 CEO 출신 칼리 피오리나(사진)였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인 피오리나는 “나는 빌 클린턴으로부터 전화를 못 받았다”며 트럼프를 비꼬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 결심을 하기 직전 민주당의 유력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받았다는 사실을 빗댄 것이다.

피오리나는 1.3%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비난하면서 “이란이 모든 악의 중심”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똑똑한’ 여성이 자신의 연설 원고를 미처 챙기지 못하고 호텔방에 놓고 간 실수가 드러나 입방아에 올랐다. 우연히 이 원고를 입수한 랜드 폴 상원의원의 보좌관이 원고 사본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드러났다. 피오리나가 흘리고 간 원고의 내용은 힐러리의 대항마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토론회장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로부터 “70년 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공군장교 출신인 그는 “내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하더라도 원자폭탄을 투하하도록 명령했을 것”이라며 “(원폭 투하가) 일본의 미국 침입을 막았고, 더 많은 미국인과 일본인의 목숨을 구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민주당도 오는 10월 13일 경합 주로 꼽히는 네바다에서 CNN 주최로 첫 TV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어 11월 아이오와, 12월 뉴햄프셔, 내년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2월 플로리다, 3월 위스콘신에서 각각 토론회를 여는 등 모두 6차례의 토론회 일정을 확정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