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로만 토텐버그는 1980년 5월 매사추세츠주 롱이(Longy) 음악학교 자신의 사무실에서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사진)을 도난당했다. 손님을 배웅하고 돌아왔더니 사라진 것이다. 그는 결국 2012년까지 바이올린을 찾지 못한 채 101세의 나이로 숨졌다.
바이올린 영재였던 토텐버그는 1943년 1만5000달러(약 1751만원)에 이 바이올린을 샀다. 지금 돈으로 20만 달러(약 2억3300만원)의 거금이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제작한 명품 악기로 바이올린, 기타, 하프, 비올라 등을 다 합쳐 650점 정도만 남아 있다.
그런데 도난당한 지 35년이 지난 올해 6월 토텐버그의 큰딸인 니나에게 미 연방수사국(FBI)이 연락을 해왔다. 아버지의 바이올린을 찾았다는 전화였다.
이 바이올린은 지난 6월 한 여성이 뉴욕의 감정사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주인을 찾게 됐다. 이 여성은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필립 존슨의 아내였다. 존슨은 2011년 사망했다. 감정사는 바이올린을 보는 순간 과거 도난당했던 악기임을 알아챘고 곧바로 FBI에 신고했다. 토텐버그는 생전에도 라이벌이던 존슨이 훔쳐갔을 것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 수사를 의뢰하지 못했다.
FBI는 바이올린을 토텐버그의 세 딸에게 돌려줬다. 존슨의 미망인이 훔친 건 아니어서 그녀를 기소하지는 않기로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6일(현지시간) 딸들이 이 바이올린을 팔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최소 수백만 달러는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 경매에 나온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590만 달러(약 186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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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누가 훔쳐갔나 했더니…
입력 2015-08-08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