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략은 반성하나 식민지 지배 사과는 않겠다니

입력 2015-08-08 00:5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 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를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담화 자문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가 아베 총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일본의 행동에 대해 ‘침략’ ‘반성’ ‘식민지 지배’를 담았으나 ‘사죄’란 표현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그동안의 일본 정부 공언과 배치된다.

한·일 양국의 화해협력을 저해하는 내용도 포함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 정부가 역사인식 문제에서 ‘골대(골포스트)’를 움직여 왔다”고 표현한 것은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근혜 대통령을 “취임 때부터 ‘심정(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전례 없이 엄격한 대일 자세를 가진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것도 비이성적일 뿐아니라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이 같은 보고서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 보수 언론인 요미우리신문까지 “담화에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이 전해지는 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사죄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하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여전히 귀를 꽉 닫고 있어 안타깝다. 더구나 침략은 반성하지만 식민지 지배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역사문제와 관련해 한·중의 대일 공동대응을 차단하려는 교묘한 술수다.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아베 담화가 자문기구 보고서 수준에 머물 경우 한·일 관계의 선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두 나라는 지난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 당시 정상들이 상대국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담화에 사죄란 표현을 넣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화해의 손을 내밀기는 어렵다. 관계 정상화가 요원해질지도 모른다. 아베 총리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