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93) 여사가 방북 사흘째인 7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별장이 있는 묘향산을 찾았다.
이 여사는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박람관과 보현사를 방문했다. 국제친선박람관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국 사절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해 놓는 곳이다. 20만점 이상의 선물이 보관돼 있는 이곳엔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전달한 미국 유명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사인볼 등이 전시돼 있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보현사는 한국 5대 사찰 중 하나로 이 여사는 북측의 제안으로 이곳 관광에 나섰다.
묘향산은 김 제1비서가 지난해 여름 부인 이설주와 함께 이곳 별장에 들러 휴가를 즐기는 등 자주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묘향산 북서쪽 3㎞ 지점에 전용 활주로도 건설했다. 이 여사는 묘향산 비로봉 근처 야외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이날 저녁 북측 인사들을 초청해 이 여사 측 주최로 만찬을 가졌다.
방북 사흘째 이 여사와 김 제1비서의 면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과 언론 등은 이 여사의 방문에 대해 별다른 논평이나 보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앞선 6일에도 북측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은 채 이번 방북을 주관한 김대중평화센터 등 남측 인사들만 모여 만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8일 이 여사가 평양 이동 전까지 묘향산에서 머물 예정인 만큼 김 제1비서가 깜짝 방문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북핵 압박 등에 적극 대응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외교장관회담 등이 앞선 6일 끝나 김 제1비서로서도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또 8일 오전 이 여사가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귀국할 때 김 제1비서가 환송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북단은 우리 정부 및 언론에 핫라인을 통해 제한적인 정보만 전달하고 있어 구체적인 방북 성과는 이들이 귀국한 다음에야 드러날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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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8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