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심장병 어린이에 새 삶 선물 ‘인술 20년… 김병열 동의성 단원병원장

입력 2015-08-10 00:17
김병열 동의성 단원병원장이 지난 20년간 한국구세군 심장병 어린이 수술 사업에 참여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김병열(66) 동의성 단원병원장은 한국구세군(사령관 박종덕)의 국내외 심장병 어린이 치료사업 20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 사업의 첫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집도한 그는 지금까지 국내와 중국 몽골의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구세군과 협력기관 사업 담당자들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김 원장은 한자리에서 심장병 어린이들을 돌봤다. 20년간 꾸준히 인술을 펼친 그를 기념하기 위해 구세군은 지난달 22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병원에서 만난 김 원장은 “한 기관과 개인이 한결같이 한 목적으로 같이 사업을 이어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구세군과 20년간 한마음으로 국내외 심장병 어린이를 치료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세군과의 인연은 1995년 그가 심장병으로 고통 받는 생후 8개월 된 이슬기양의 수술을 맡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구세군은 저소득가구 자녀인 이양을 ‘심장병 어린이 치료사업’ 1호 대상자로 지정하고 국립의료원에 수술을 의뢰했다. 당시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의사였던 김 원장은 이양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했다.

“제 의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준 사건입니다. 이 수술을 계기로 해외 심장병 어린이 치료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심장병 어린이를 살리는 일은 제게 의사가 된 보람과 의미를 안겨줬습니다.”

구세군은 99년 중국 조선족 어린이를 초청해 심장병 수술 사업을 시작했다. 어린이 심장병은 임신부 섭생에 큰 영향을 받는 병인 만큼 태아 환경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그해부터 매년 4월 의료팀과 중국 지린성 적십자사를 찾아 조선족 심장병 어린이를 진찰해 수술 환자를 선정했다. 또 이들을 2개월 뒤 국립의료원에 입원시켜 수술을 진행했다. 2009년부터는 매년 몽골도 방문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있다.

해외 심장병 어린이와의 인연은 2008년 국립의료원을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퇴임하면 자연스레 이 사업과 멀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구세군에서 계속 불러주시더군요. 사업기관을 국립의료원에서 지금의 병원으로 바꾸면서요.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간 맡은 바 역할을 잘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심장병 어린이 수술 성공률 100%’라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일군 김 원장이지만 위급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는 2003년 수술 경과가 나빠 사경을 헤맸던 조선족 어린이의 사례를 떠올렸다. “당시 아이가 13세였는데 생명이 위험해지자 중국대사관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잘못하다간 국가 간 문제로 번지겠다’는 위기감에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재수술이 잘돼 건강히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는 계속 심장병 어린이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매년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예전에 수술했던 아이들을 만나요. 어느새 건강해져서 제게 고맙다고 인사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싶어요. 아마도 하나님께서 제게 이 일을 위해 구세군과 인연을 맺게 하신 게 아닐까요(웃음).”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