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개발새발’은 ‘괴발개발’이 변한 것

입력 2015-08-08 02:47

“이게 뭐야, 글씨를 개발새발 써놨네.” “누가 담벼락에 개발새발 어지럽게 낙서를 해놨담.”

흔히 글씨를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일러 ‘개발새발’이라고 하지요. ‘개의 발과 새의 발’을 뜻하는 것인데, 원래는 ‘괴발개발’이라고 하였지요. 이는 ‘괴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말입니다.

‘괴’는 고양이를 이르던 옛말인데, 지금도 어른들이 고양이를 ‘고이’ ‘괭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때 그 어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아무렇게나 쓰인 글씨를 왜 ‘괴발개발’이라고 했을까요. 고양이와 개는 보통 땅 위를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니는 동물이지요. 주로 밖에서 살다보니 발바닥에는 항상 흙 등 오물이 묻어 있을 테고요. 그 발로 마루나 방을 돌아다니면 여기저기에 발자국을 어지럽게 남기게 됩니다. 그 발자국 모양이 마치 종이에 어지럽게 쓴 글씨들과 비슷하다 해서 생겨난 말입니다.

‘괴발개발’이란 말이 ‘개발새발’이 된 이유는 ‘괴’가 ‘고양이’로 굳어져가는 바람에 ‘괴’자가 사람들의 입과 귀에서 멀어지면서 비슷한 말들로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개발새발’이라고 하면서 이것도 근래에 ‘표준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