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강의 여름] 징그럽게 덥지? 축제 있는 한강으로 빨리 와!

입력 2015-08-08 02:32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지난달 31일 금요일 밤 8시 서울시 마포구 한강망원공원은 대낮의 명동 쇼핑가처럼 북적거렸다. 잔디밭에는 텐트 수십 동이 늘어섰고, 그 사이로 돗자리를 깐 일행들이 점점이 빼곡하게 포진했다. 외국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그득했다. 강 옆으로 난 좁은 도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달리기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했다. 야외무대에서는 한 가수가 노래를 하는 중이었고, 불빛이 환한 놀이터에는 꼬마들이 뛰어다녔다.

인파는 성산대교 위쪽으로도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강변에서 망원동으로 빠지는 토끼굴을 지나면 나타나는 망원유수지 노점 식당들에도 사람들이 즐비했다.

2015년 여름, 한국 최대의 피서지는 다름 아닌 한강이다. 7∼8월이면 토요일 하루 여의도한강공원에만 5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한다. 한강변에는 이런 공원 11개가 25㎞ 거리에 양쪽으로 펼쳐져 있다. 지하철역으로 연결되는 여의도와 뚝섬공원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지만 반포, 잠실, 망원공원의 인파도 대단하다.

23일까지 38일간 한강에서 열리는 ‘2015 한강몽땅 여름축제’의 총감독인 윤성진(47)씨는 “지난해 여름축제 기간에 960만명이 한강을 방문했다”며 “올해는 1200만명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거대한 공원이자 놀이터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만한 크기의 수변공원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경우를 보긴 어렵다. 한강은 여름이면 도심 피서지로 변신한다. 야외 수영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고 곳곳에 텐트촌이 세워진다. 영화제가 열리고 축제가 벌어진다. 여름 한강은 산책과 체육 공간은 물론이고 피크닉과 물놀이, 캠핑의 공간이 되고, 문화 공간이 된다.

한강은 더 이상 서민적인 피서지가 아니다. 젊은이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길고 우아한 자전거도로가 있고, 세계 최장의 교량분수에서 야간분수쇼가 펼쳐지고, 도심 속 캠핑과 수영이 가능하다.

여름에 한강은 축제의 공간이 된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한강 여름축제’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다. 해마다 진화하면서 올해는 60여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강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가 75개 팀 신고돼 있다.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합치면 100개가 넘는 팀들이 한강변 곳곳에서 버스킹(길거리 연주)을 한다. 문화 공간으로서 한강이 가진 저력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하겠다.

한강에서 20년간 일했다는 여의도한강공원 공공안전관 박종선(50) 팀장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만 해도 여름이면 한강에서 취사행위가 많았다. 잔디밭에서 고기 굽는 풍경이 일상이었다”며 “요즘은 텐트가 많아졌다는 게 가장 달라진 풍경인 것 같다. 또 예전엔 먹거리를 다들 싸왔는데 지금은 거의 다 배달해서 먹는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한강뚝섬공원에서 만난 한 치킨집 사장은 “지난 2일 토요일 저녁에 80마리의 닭을 한강으로 배달했다”면서 “여기 뚝섬공원에서 배달하는 업체만 치킨집, 피자가게, 중국집 등을 합해 30여곳 된다”고 말했다.

윤 총감독은 “한국과 서울에 한강만한 관광자원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민들의 놀이터였던 한강이 한강개발사업 이후 오랫동안 시민들의 삶에서 분리돼 있다가 근래 다시 발견되고 있다”며 “한강의 가치는 아직 10%도 개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