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지역 랭킹 3위의 높은 산, 그 자체만으로도 원형을 보호해야 할 한반도 자연자산. 최근 케이블카 설치 논쟁에 휘말린 설악산의 면모다.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정의된 우리나라 국토의 산은 대부분 2000m 이하다. 높은 산은 백두산(2750m), 관모연산(2541m), 북수백산(2522m), 차일봉(2506m), 운수백산(2476m) 등 대부분 북한의 산들로 구성된다.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은 1950m, 그 뒤를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지리산(1915m)이 잇는다. 설악산(대청봉)은 1707.9m로 1500m 이상의 고산이 12개에 불과한 남한지역 내 3위다.
개발과 보전 간 갈등문제에는 구시대적 환경관이 지배적인 우리의 사회가치가 그 배경원인으로 작용한다. 지금 우리가 지닌 환경관은 인간 중심의 개발을 위한 것으로, 이는 자연을 인간과는 별개의 것인 동시에 정복의 대상으로서 그리고 무한한 자원을 제공하는 공급자로 보는 관점이다. 이러한 환경관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환경 파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서 활용되어 왔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의 몫으로 돌아왔다.
지금 새롭게 정립해야 할 환경관은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자연자산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즉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며 또한 이를 정복할 만큼 우월치 않고, 지구는 한정된 자원을 지닌 시스템이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새로운 환경윤리관의 정립이 시급하다. 생물·물리적인 사항과 사회·경제적 요건을 함께 다루는 환경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와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는 공통의 가치관, 즉 지속가능한 환경관이 필요한 때이다.
선진국을 어찌 단순한 경제주의에 입각한 1인당 소득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문화주의, 자연자산의 무한가치를 인정하는 생태주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나누는 복지주의가 함께 어우러질 때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설악산이 이런 선진국의 명산으로 남겨지길 바란다. 무한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화폐적 가치만으로 설악을 보는 설익은 시각을 경계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설악산과 케이블카
입력 2015-08-0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