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장-직원 연봉격차 공개 의무화… 최고 2238배 격차

입력 2015-08-07 03:34
미국 정부가 대다수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직원 간의 임금 격차 공개를 의무화하면서 이 조치가 ‘자유 시장경제’를 신봉해 온 미국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회사 사장의 임금이 직원 임금 중간값의 몇 배인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찬성 3, 반대 2로 가결했다. 공화당 소속 위원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소기업이나 신성장 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 등을 제외한 대다수 상장회사는 2017년 1월 이후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부터 사장과 종업원 간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활동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이 규정이 통과한 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임금 불평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6일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사장과 직원 간 임금 격차는 1960년대에는 20배 정도였다. 그러다 2013년에는 무려 300배로 치솟았다.

미국 내 최대 단일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S&P500 지수에 편입된 주요 기업의 사장과 직원 간 연봉 격차는 373배나 된다.

하지만 이는 ‘평균치’일 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월트디즈니사의 경우 로버트 아이거 회장이 일반 직원보다 무려 2238배나 많은 연봉을 받았다고 지난 4월 보도해 임금 격차 공개 문제에 기름을 끼얹었다.

아이거 회장이 지난해 4370만 달러(약 513억원)를 벌어들인 반면 디즈니 직원들의 연봉 중간값은 1만9530달러(약 229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