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실업급여 인상 배경… 실직자 사회안전망 강화, ‘노동개혁’ 길닦기

입력 2015-08-07 02:54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실업급여 지급액을 인상하고 지급 기간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노동개혁 논의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이슈에 밀려 관심을 덜 받았던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이 본격 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는 일정한 실직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해 실직자와 가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재취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비자발적으로 직업을 잃은 근로자는 재취업 기간 동안 실직 전 평균 임금의 50%를 90∼240일 동안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지급 기간은 근로자 나이와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표 참고). 하루 상한액은 4만3000원, 하한액은 최저임금액의 90%다.

고용부는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대로 실업급여를 실직 전 임금의 60%로 10% 포인트 올리고 지급 기간을 120∼270일로 30일 늘리는 방향으로 고용보험법을 개정키로 했다. 입법 추진과 하위법령 개정 등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에 개정된 고용보험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이번 조치로 매년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통령이 실업급여 개선카드를 내놓은 것은 중단된 노사정 논의의 재개와 신속한 노사정 대타협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즉, 노동개혁을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은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과 함께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노동계로부터 ‘쉬운 해고’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면서 다른 이슈는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일각에서는 노동개혁 명분을 강조함으로써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입지를 좁히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업급여 개선 방안에 대해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수단은 아닌지 우려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개혁은 한국형 노동 유연·안전성 모델을 찾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노동계의 반발에 막혀왔다”며 “박 대통령의 전향적인 사회안전망 강화 발언으로 노동개혁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장도 “한국의 실업급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는데 정부의 개선 노력은 노동계가 반길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실업급여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