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2009년 한국공학한림원 강연에서 “U-헬스케어(U-Healthcare)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말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U-헬스케어’는 의사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의 질병을 진단·치료·예방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와 사실상 같은 말이다.
정 내정자는 강연에서 U-헬스케어가 “정부에도 아주 필요하다”며 법 개정 등을 통해 제도적 걸림돌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면 원격의료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대하고 있는 의사협회와의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에 취임한 이듬해인 2009년 6월 29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CEO포럼에서 ‘병원정보 시스템과 분당서울대병원의 U-헬스케어’를 주제로 강연했다. 공학한림원 홈페이지의 강연 녹음을 들어보면 그는 원격의료가 발전하면 사회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신념을 설파했다. 정 내정자는 “저희 병원의 많은 환자들이 지방에서 온다”며 “교통비와 숙박비만 줄여도, 10번 오는 걸 2번으로만 줄여도 엄청난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도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정 내정자는 원격의료가 정부, 의료기관, (의료)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정부에도 아주 필요한 것”이라며 “병원으로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됨과 동시에 수출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정 내정자는 그러나 “현재 의사와 환자의 원격 소통은 불법이고 수가도 받을 수 없다”면서 “제도적으로는 원격진료 기반이 하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U-헬스케어를 발전시킬 인프라는 어느 정도 있고 진행만 하면 되는데 걸림돌이 많다”면서 “국회에서 법적으로 해결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정부가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정 내정자는 또 “요즘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의과대학 오는데 진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머리가 브라이트한(똑똑한) 사람은 공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똑똑한 사람보다 인간성 좋고 끈기 있는 사람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이 강연은 정 내정자가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원격의료 신봉자이자 전문가였음을 보여준다. 원격의료 관련 특허도 등록했다. 특허정보검색 사이트 키프리스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2012년 분당서울대병원의 다른 교수들과 함께 ‘원격진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를 출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의료와 IT 기술을 결합한 원격의료를 추진해 국정 철학인 ‘창조경제’를 실현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원격의료는 현 정부 국정과제지만 의사협회가 반대하고 여론도 시큰둥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지난 5월 1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외딴 섬과 오지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2차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 내정자가 취임 후 원격의료 드라이브를 걸면 의료계와 엄청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오진 우려와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의협과 병원협회는 17년 만에 의사 출신 장관 내정자가 나왔지만 환영 성명 등을 내지 않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단독] 정진엽 복지부 장관 내정자 “원격의료는 신념”… 의료계 긴장
입력 2015-08-07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