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우리 딸·아들 미래 위해 기득권층 양보해달라”

입력 2015-08-07 02:55
시민들이 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노동개혁 등 4대 부문 개혁 의지를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생중계 TV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추진의지를 설파하면서 절박한 톤으로 국민의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정부와 공공기관, 이른바 기득권층의 희생과 양보, 고통 분담이 절실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붉은 재킷 차림으로 나선 박 대통령은 24분간 결연한 표정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절박한 목소리로 국민에 “개혁 동참” 호소=박 대통령은 특히 개혁이 미래세대를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절박한 심정” “절체절명의 과제”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표현도 여러 번 썼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개혁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고 온 국민과 후손들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4대 개혁 완수를 위한 국민의 협력과 동참을 거듭 호소했다. 또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경제주체들과 국민의 협력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개혁과제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국민 협조와 협력을 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은 일자리”라고 의미를 규정한 뒤 각종 개혁의 추진 이유와 목표, 성과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겠다”며 공무원임금체계 개편, 연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A4용지 13장 분량의 연설문 중 3분의 1가량을 노동개혁에 할애했다. 이어 공공·교육·금융개혁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공공개혁에 대해선 “예산 낭비를 바로잡는 예산지킴이가 돼 달라”고 했고,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성패는 교육현장에 달렸다. 학교, 교원, 학부모 여러분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민에게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국회에 관련법 통과를 압박했다.

◇‘경제’ 37차례, ‘개혁’ 33차례 언급=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붉은색 재킷과 회색 정장 바지를 입고 들어섰다. 붉은색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때 주로 입는 색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어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와 ‘개혁’이다. 담화 제목 자체가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인 만큼 핵심 키워드 역시 이들 분야에 집중됐다. 담화에서 ‘경제’ 단어는 모두 37차례, ‘개혁’은 33차례 등장했다. ‘국민’은 29차례, ‘청년’은 14차례 언급됐다. 박 대통령 담화 시간은 당초 약 20분으로 예상됐으나 약간 늘어나 24분간 진행됐다.

특히 개혁을 위한 국민들의 협력과 동참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 “경제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표현했다. 각 분야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도중에는 손을 올리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공공개혁은 개혁의 출발점” “금융이 경제의 실핏줄까지 신선한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에는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아지기도 했다.

◇질의 응답은 생략, 참모·취재진 120여명 참석=담화 현장에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및 전 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취재진까지 더하면 120여명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 뒤편에 앉았던 1월 기자회견 때와 달리 취재진 뒤편에 서서 박 대통령 담화를 지켜봤다. 황교안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후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초 언론과 질의응답을 검토했으나 담화 발표 취지인 노동개혁 등 개혁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이후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1시간10분 정도 기자실 4곳을 차례로 돌며 기자들과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 1월 신년 기자회견 뒤 기자실을 찾은 바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