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발목까지 쌓였던 겨울, 요즘처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화가 날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 대해 몰랐던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칭찬할 때 기쁨이 큽니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요.”
서울 국제고 1학년 이지민(16)양은 한 달에 2∼3번 경복궁, 덕수궁, 남산 한옥마을, 서대문형무소 등 유적지로 출근한다.
2010년 만 열두 살 때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양은 적을 땐 2∼3명, 많을 땐 20명이나 되는 외국인들을 만나 영어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민간 청소년 외교관’이다.
6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홀트아동복지회 건물에서 만난 이양은 “처음엔 관심이 없던 외국인들이 해설을 듣고 흥미를 보일 때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이 일을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는 이날 이양을 제9회 ‘아름다운 청소년’으로 선정했다.
초반엔 교육을 받고 준비된 자료와 투어 루트를 달달 외우면서도 잘못된 정보를 전하거나 모르는 내용을 질문 받을까봐 두려운 마음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전에 돌입하자 이양을 반겨주는 외국인들이 훨씬 많았다. “어린 제가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다는 것만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평일엔 학교 기숙사에서, 주말엔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짧은 쉬는 시간 중 짬을 내 문화해설사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한번 해설에 나서면 1시간 반 정도 끊임없이 영어로 말을 이어가야 하고 추위와 더위 핑계도 댈 수 없는 고된 시간도 있지만 “주는 것보다 배울 점이 많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6년차에 접어든 올해엔 별다른 자료 없이 모든 내용을 외워서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 됐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는 외국인분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한 말레이시아 역사 선생님은 자기 학생들에게도 이 일을 꼭 맡겨볼 거라고 하셨어요.”
이양은 해설사 활동을 하면서 정치외교 전문가로 꿈을 굳혔다. 특히 국제 관계와 분쟁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양 외에도 평생을 봉사활동에 전념해 온 어머니를 본받아 국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최민지(18)양, 외조부모와 살면서 역사학자를 꿈꾸고 있는 이영선(17)양, 고래류 보호활동을 벌이면서 동물권리운동가가 되고자 하는 고양외고 이유림(18)양 등 총 10명이 올해의 아름다운 청소년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상장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인터뷰] 문화해설사 역할 서울 국제고 이지민양 “외국인들이 제 해설에 흥미 보일 때 자부심 느껴요”
입력 2015-08-07 02:35 수정 2015-08-07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