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닭이라고 별 수 있겠어요?”(전북 김제시 용지면 양계농).
“바지락이 죽어나가도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어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부안 위도면 어민).
찜통더위가 열흘 가까이 계속되면서 사람은 물론 가축과 어패류의 피해가 속출해 축산농과 어민들의 한숨도 커가고 있다.
6일 오후 2시30분쯤 찾아간 김제시 용지면 조모(54)씨의 양계장 안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푹푹 쪘다. 실내 온도계의 수치는 ‘37℃’였다. 조씨는 따가운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연신 지붕에 물을 뿌렸다.
“축사 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폐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하죠. 장마가 끝난 지난달 29일부터 죽어나간 닭이 800마리가 넘습니다.”
흠뻑 젖은 뒤 얼굴의 땀을 닦아낸 조씨는 “지난해 더위가 한창일 때도 하루 20마리 정도였는데 올해 더위는 너무 심하다”며 “이달 중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진다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초기 폐사가 잇따라 3일간 매일 1t 트럭에 죽은 닭을 실어 내보낸 농가도 있었다.
인근에서 1만3000여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안모(44)씨 부부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안씨 부부는 지붕 위에 스프링클러를 24시간 돌리며 온도를 1도라도 내리려고 애를 썼다. “지난달 29일 30여 마리를 잃은 뒤 바로 관정을 팠어요. 지하수로 스프링클러를 돌려 적잖은 효과를 보고 있죠.”
안씨는 그러나 “실내에 습기가 워낙 많아 닭에게 좋지 않을까봐 축사 안에는 물을 뿌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을 생각하면 조바심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안씨는 아버지와 함께 인근 마을에서 닭 3만여 마리를 키웠으나 이웃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는 바람에 모두 살처분해야 했다. 안씨는 “넉 달이 됐는데도 새로 입식을 못해 안타까운 상태에서 폭염 피해까지 이어지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털어놨다.
금구면에서 양계를 하는 박광삼 전북양계협회장은 “그동안 무더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장마가 끝난 뒤 기온이 급격히 오르고 습기까지 많아져 약한 닭들 중심으로 피해가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폭염 피해는 바닷가 갯벌로까지 이어졌다.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의 한 바지락 양식장에서 4∼5일 사이 바지락 40t이 폐사했다. 피해 규모는 5㏊에 1억1000만원 상당이다. 전북에서는 2012년 7∼8월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위도 갯벌에서 바지락 326t이 폐사한 이후 처음 발생한 피해다.
피해 어민 송모씨는 “썰물에 양식장의 물이 발등 높이까지만 남은 상태에서 강한 햇살이 내리쬐면 가마솥 안에서 삶아지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 바지락이 살지 못한다. 폐사 예방책이 따로 없어 날씨가 시원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제=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르포] 숨막히는 양계장… 끓는듯한 양식장… 닭도·바지락도 속수무책
입력 2015-08-07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