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논란 제기는 한국 선수에 대한 질투심 때문”… 박인비, 美 언론 딴죽에 일침

입력 2015-08-07 02:32

“5개 메이저대회를 다 우승하면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현재까지 그랜드슬램은 4개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면 인정해줬으니까 이번에 제가 이룬 성과를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 3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27·KB금융그룹·사진)는 6일 제주 오라골프장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 언론에서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보도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질투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크리스티 커나 폴라 크리머, 미셸 위 등 미국 선수들이라면 5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우승해야 한다고 미국 언론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7일부터 사흘간 오라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 제주로 건너왔다.

최근 AP통신과 골프채널 등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사무국의 유권해석과 달리 박인비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한다며 딴죽을 걸었다.

박인비는 크리스티 커가 한국 선수들을 ‘스윙 머신’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이 또한 LPGA 투어에서 우승을 많이 하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질투 때문에 비롯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연습량이 많은 한국 선수들 때문에 경쟁력도 생기고 LPGA 투어도 발전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인비는 가장 큰 목표를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이을 수 있는 선수들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효주, 백규정, 고진영, 유소연 등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들 중 누가 빨리 그 틀을 깨고 나오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골프를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다. 명예의 전당이나 통산 몇 승을 목표로 했다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어린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해선 “너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골프가 싫어지지 않도록 효율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다음주 출전 예정이었던 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에 불참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로부터 우승기념 선물로 받은 애완견(세미)이 사경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7년간 함께 지냈던 세미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제주=서완석 체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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