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기원 이재영 교수팀, 커피 찌꺼기로 전기 생산한다

입력 2015-08-07 02:54
광주과학기술원 장한샘씨(가운데)가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전기 생산에 쓰이는 커피 찌꺼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부 이재영 교수는 실험실에서 제자들과 ‘커피 타임’을 즐긴다.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찾고 연구 아이디어도 교환한다. 하지만 커피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처리가 늘 고민거리였다.

그러다 지난해 봄 박사과정 장한샘(25)씨 등과 학교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가 무릎을 쳤다. 커피 찌꺼기를 연료로 활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탄소를 연료로 하는 전지 개발이 연구 주제였던 터라 금방 밑그림이 그려졌다. 커피 찌꺼기에 탄소가 50% 이상 들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올 초 커피 찌꺼기에서 실제 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사용하고 남은 커피 분말을 3일간 자연 건조한 뒤 연료로 사용했다. 걸쭉한 젤 형태로 만들어 700∼800도 열을 가했더니 안에 든 탄소 1개당 4개의 전자가 발생해 전기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5년 안에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가정이나 커피숍에서 그냥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자가발전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국내 연간 커피 소비량(지난해 12만t)과 전기 소비량(2013년 4800kwH)을 고려할 때 버려지는 커피 분말을 활용한 탄소연료전지 기술을 발전시키면 연간 3만5000여 가구 또는 연간 6000여곳의 중소 규모 커피숍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와 장씨를 포함한 연구원 4명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에너지·연료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버 파워 소시즈’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장씨는 “동료들과 잠시 여유를 가지는 커피 타임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연구도 시발점은 커피 타임이었다”며 웃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