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부 이재영 교수는 실험실에서 제자들과 ‘커피 타임’을 즐긴다.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찾고 연구 아이디어도 교환한다. 하지만 커피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처리가 늘 고민거리였다.
그러다 지난해 봄 박사과정 장한샘(25)씨 등과 학교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가 무릎을 쳤다. 커피 찌꺼기를 연료로 활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탄소를 연료로 하는 전지 개발이 연구 주제였던 터라 금방 밑그림이 그려졌다. 커피 찌꺼기에 탄소가 50% 이상 들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올 초 커피 찌꺼기에서 실제 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사용하고 남은 커피 분말을 3일간 자연 건조한 뒤 연료로 사용했다. 걸쭉한 젤 형태로 만들어 700∼800도 열을 가했더니 안에 든 탄소 1개당 4개의 전자가 발생해 전기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5년 안에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가정이나 커피숍에서 그냥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자가발전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국내 연간 커피 소비량(지난해 12만t)과 전기 소비량(2013년 4800kwH)을 고려할 때 버려지는 커피 분말을 활용한 탄소연료전지 기술을 발전시키면 연간 3만5000여 가구 또는 연간 6000여곳의 중소 규모 커피숍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와 장씨를 포함한 연구원 4명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에너지·연료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버 파워 소시즈’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장씨는 “동료들과 잠시 여유를 가지는 커피 타임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연구도 시발점은 커피 타임이었다”며 웃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광주과기원 이재영 교수팀, 커피 찌꺼기로 전기 생산한다
입력 2015-08-0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