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회사 어렵고 힘들때 도와야…” 한화케미칼 노조의 따뜻한 ‘역공’

입력 2015-08-07 02:13

장기불황의 여파로 노동계가 변하고 있다. 과거 하투(夏鬪·여름 임금투쟁)로 몸살을 앓았던 것과 달리 요즘엔 임금교섭 권한을 사측에 넘기거나 임금협상에 적극 협조하는 노동조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노조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공장에서 김평득 여수공장장과 이항주 노조위원장 등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임금교섭 위임식’을 열고 올해 임금교섭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맡기는 내용에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노조가 회사 측에 임금교섭 권한을 위임했다. 한화케미칼 노조는 과거 외환위기 등의 시기에도 임금협상 권한을 사측에 위임하지는 않았다. 울산공장 노조가 2010년 단 한 차례 회사 측에 협상 권한을 위임했을 뿐이다.

한화케미칼 노조의 임금교섭권 위임 결정에는 회사에 대한 노조의 지원과 배려의 뜻이 담겨 있다. 지난달 초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회사가 임금 교섭에 힘을 빼지 말고 사고수습과 사업장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는 뜻이다. 한화케미칼은 사고 직후에도 울산공장뿐만 아니라 서울 본사 및 여수공장 임직원들까지 노사가 하나가 돼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현장 수습과 유가족 지원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한화케미칼 노사가 이번처럼 항상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수공장 노조는 2004년에 한 달에 걸쳐 파업을 했고, 울산공장 노조 역시 1999년에 파업을 벌였다. 파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년 임금협상을 위해 4∼5개월에 걸쳐 지루한 협상이 반복됐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노조의 임단협 전권 위임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협력해 회사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로 높이 평가된다”고 말했다.

해마다 부분파업이나 장기간 대립으로 임단협에 어려움을 겪었던 완성차 업체들도 예년과 달리 순조롭게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29일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2.4%의 찬성률로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통과돼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쌍용차는 2010년 이후 6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이어갔다. 한국 GM도 지난달 30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2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교섭을 종료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도 지난달 23일 자동차업계에선 처음으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반면 울산지역 초대형 사업장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차의 임단협 상황은 원만치 않다. 지난해 3조원대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털어냈고, 올해 상반기에만 2300억원 적자(연결기준)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15차 임금협상 교섭이 결렬돼 임단협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