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가 마운드 변칙 운영에 발목이 잡혀 5강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두 팀은 그동안 승수를 쌓기 위해 선발 투수를 예정 등판일보다 당겨쓰거나 보직을 자주 바꿨다. 그런데 시즌 후반 이 변칙 운용이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선발투수의 4일 이하 휴식 등판이 25차례로 리그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적은 넥센 히어로즈(8경기)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높다. 통상적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선 5일 선발 로테이션으로 마운드가 운영된다. 그런데 한화는 전반기 승수를 쌓기 위해 선발 투수를 4일 휴식 후 등판시켰다. 하루를 덜 쉰 한화 투수들은 최근 피로가 겹쳐 마운드에서 난타당하기 일쑤다.
최근 5연패 중 3경기에 선발 투수가 4일을 쉬고 등판했다. 김성근 감독은 4∼5일 SK 와이번스전에 각각 김민우와 미치 탈보트를 내세웠다. 선발 로테이션상 배영수가 4일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5위 싸움의 분수령이 되는 SK와의 2연전에 호조를 보이는 김민우와 탈보트를 하루 앞서 마운드에 올렸다. 김민우는 1실점하며 2회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탈보트는 1회 만루홈런을 맞는 등 5실점하고 강판됐다. 당초 선발 등판 예정이던 배영수는 5일 더 큰 실점을 막기 위해 불펜에 투입됐다. 결국 한화는 선발 투수 세 명을 모두 쓰고도 5일 휴식 로테이션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두 경기 모두 패했다. 순위도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KIA도 잘못된 선택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KIA는 지난 주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며 꺼져가던 가을야구 불씨를 되살렸다. 특히 김기태 감독은 2일 한화전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선발 양현종을 9회말 등판시키는 모험을 택했다. 당시 KIA는 3대 2로 승리를 거두며 김 감독의 선택이 옳은 듯 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 감독은 연승을 거두기 위해 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양현종은 5이닝 동안 홈런 4개를 포함해 10안타를 맞고 8실점했다. 양현종이 데뷔 후 가장 많은 실점을 내는 등 최악의 피칭을 보이면서 KIA는 6대 11로 대패했다. 짧은 휴식만 취하고 선발 등판한 것이 양현종에게는 체력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 감독은 “양현종이 팀을 위해 한화전에 구원 등판했는데 혹시라도 팀에 피해를 준 게 아니었나하고 본인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양현종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독이 된 마운드 돌려막기… 예정 등판일보다 당겨쓰거나 잦은 보직 교체
입력 2015-08-07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