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일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몰랐던 걸까? 아니다. 그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전 한·일전에 대해 “과거에 뿌리를 둔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5일 열린 일본전 선발 라인업에 무려 8명이나 변화를 줬다. 결과는 1대 1 무승부. 라이벌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일본에 패할 경우 불어 닥칠 엄청난 후폭풍도 잘 알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왜 그런 무모한 모험(?)을 감행했을까?
슈틸리케 감독의 설명을 들어 보자 “이번 대회에 선수들을 혹사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특정 선수들에게) 모든 시간을 뛰게 할 생각은 없다. 기회의 장을 만들기 위해 참가한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를 바꿨다.”
슈틸리케 감독은 눈앞의 경기 결과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경기장에 내보내 기량을 점검해 보고 싶어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일본전에 중국전(2대 0 승) 베스트 11을 그대로 내보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랬을 경우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임에 틀림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 참가 전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출장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결단 덕분에 대표팀은 진정한 ‘원팀’이 될 수 있었다.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은 슈틸리케 감독은 자기 소신대로 한·일전을 치렀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의 결단으로 체력을 비축한 정예 태극전사들은 한결 가뿐한 몸으로 9일 북한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태현 기자
[타임아웃] 슈틸리케, 승리 대신 믿음 얻었다… 일본전서 중국전 선발라인업 8명 교체
입력 2015-08-07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