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자편지로 섬기고 있는 햇살편지 중보기도 팀에 긴급기도를 요청해온 지체들 중에는 병원에서 포기한 시한부 말기 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나의 딸보다 겨우 한 살이 많은 젊은 주부가 있어 중보기도를 드릴 때마다 마음이 몹시 아프다. 그녀는 세 살, 네 살 두 아이의 엄마이다. 남편이 중국 주재원으로 출국을 하게 되어 건강검진을 받던 중에 폐에서 말기 암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얼굴 한번 본 일 없는 그녀를 위해 기도드릴 때면 번번이 통곡의 기도를 드리는 내 모습에 놀라게 된다. 병상에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녀처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 때마다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아직 결혼을 못한 딸아이로 인해 얼마나 힘겨웠던가. 가족과 이웃들 안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나를 위해 친히 간구하셨을 성령님의 안타까운 마음도 전달되어져 온다.
그때는 내가 마치 반역죄를 지어 이름 모를 섬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역적인가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치유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면 곧 의금부 군사 편에 사약그릇이 전달될 것 같아 두려움에 떨기도 했고, 유배생활을 성실히 하며 지은 죄를 진실로 뉘우친다면 이제 곧 왕께서 한양으로 나를 다시 불러주시지 않을까 하는 덧없는 희망도 품으며 근근이 견뎌냈다. 그 시간들은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저글링을 하는 듯 절망과 소망이 끝없이 반복되는 처절한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성령께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그녀를 위한 치료의 긍휼을 구할 감동을 주셔서 기도의 향기가 하늘에 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너희는 예루살렘의 마음에 닿도록 말하며 그것에게 외치라 그 노역의 때가 끝났고 그 죄악이 사함을 받았느니라 그의 모든 죄로 말미암아 여호와의 손에서 벌을 배나 받았느니라 할지니라 하시니라.”(사 40:1∼2)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왕의 긍휼
입력 2015-08-08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