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굳어진 ‘南南갈등’… 보수-진보 정권 거치며 서로 불신

입력 2015-08-10 02:06



70년간 고착화된 남북 분단은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도 남남갈등을 불러왔다.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대결과 갈등은 과거 이념적 토대에서 불거진 것이 많았지만 두 번의 진보·보수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지금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안보가 우선이냐 통일이 우선이냐’의 문제에서 출발했던 갈등이 이념적 정치공세를 통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남남갈등을 폭발시킨 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만경대 방문록’ 사건이었다. 강 교수는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1년 8·15축전 방북단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해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고 방명록에 남겼다. 주체사상을 찬양했다는 의혹을 받은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2002∼2005년 사이 일부 언론에 ‘6·25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글을 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면서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 반발을 대표해 사퇴했다. 결국 강 교수는 9년간 이어져온 재판 끝에 2010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형이 확정됐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피폭 사건은 지금까지 음모론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과 함께 5개국 합동조사단을 구성한 정부는 두 달여 조사 끝에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각양각색의 해석이 나오면서 아직까지도 사회적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사건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조사마다 천차만별로 나타날 정도였다. 10년간의 진보정권 뒤 탄생한 보수정권에 대한 진보세력의 ‘불복’ 정서, 총풍 사건 등 과거 보수 세력의 북한 끌어들이기 공작 ‘전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과 남북 경협 역시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진보 세력은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보수 세력은 북한에 대한 지원이 핵개발 등 체제 유지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며 경색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가보안법 존폐,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이념갈등으로 비화됐다. 이러한 이념적 집착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정치권은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보기보다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념적 대립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으로 끌어들이는 바람에 남남갈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