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 이수용 북한 외무상과 짧게 조우했다. 이튿날인 6일 열릴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두 사람이 다시 접촉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윤 장관과 이 외무상은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시내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에서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주최로 열린 환영 만찬장에 참석했다. 만찬 전 행사장 앞에서 27개 ARF 회원국 외교장관들의 기념촬영이 진행됐으며, 촬영이 끝나자 윤 장관이 이 외무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악수한 뒤 곧바로 헤어졌다.
이 외무상은 앞서 수시간 전 북·러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남북 접촉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라우”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장관과 이 외무상은 지난해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잠시 조우했지만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못했었다.
한편 윤 장관은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 호텔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한반도 긴장 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핵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이와 관련된 논의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양 장관은 앞으로 수개월 내 한반도 정세가 매우 민감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한반도에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 조율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어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이외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놓을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와 관련해 인식을 공유했다. 한·중 사이에 논란이 됐던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남북 외교수장, ARF서 짧은 만남
입력 2015-08-06 03:08 수정 2015-08-06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