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이틀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역내 국가 간 ‘거미줄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남북은 물론 미·중·러·일 등 6자회담 당사국 외교장관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여서 진전된 북핵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전날 오후 늦게 현지에 도착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각각 양자협의를 가졌다. 윤 장관은 중·러 외교수장을 만나 이란 핵협상 타결에 양국이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북핵 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핵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면 중·러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던 왕 부장이 “조선반도 핵문제를 포함한 다른 국제적·지역적 핫이슈를 처리하는 데 ‘적극적 본보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왕 부장은 한·중 양자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북한 움직임이다. 북한은 ARF 회원국 자격으로 이수용 외무상을 파견했다. 북한은 행사기간 동안 여러 국가와 접촉해 자신들이 ‘핵보유국’이 됐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강한 비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ARF 회의 등을 계기로 남북 외교수장 간 조우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이 외무상은 5일 오후 북·러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후 남북 접촉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라우”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이 외무상은 공항과 숙소에서 취재진을 피해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하는 등 이틀간 ‘숨바꼭질’을 벌이며 기자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왔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6자회담 외교수장 ARF 총출동, 거미줄 외교전… 북핵 메시지 나올까
입력 2015-08-06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