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野 “일괄타결하자” 與 “절대 수용못해”… 권역별 비례대표 오픈프라이머리

입력 2015-08-06 02:37
문재인 대표
김무성 대표
여름휴가를 마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여당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빅딜’을 제안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데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혁신위원회 등 당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文 “선거제도 개혁, 일괄타결하자”=문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한다면 우리 당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여야가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포함해) 3가지를 함께 논의해 일괄타결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의원 정수 확대 없이 의석 배분 조정만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여야가 각자의 방안만 고집하지 말고 선관위의 제안을 중심으로 통 크게 합의하자”고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의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은 채 “오픈프라이머리도 구체적으로 여러 방안이 있으므로 열어놓고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라고만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꺼내놨던 ‘여야 동시 실시안’을 그대로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 안에 대해 ‘위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金 “신중 검토하겠지만, 수용 어렵다”=김 대표는 문 대표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모처럼 야당 대표가 제안한 것인 만큼 신중하게 잘 검토해보겠다”고 예의를 갖췄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 부분을 위해 다른 부분을 붙여서 (개혁)한다는 것은 조금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부득이하게 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의원 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여론을 감안치 않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술 더 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비례대표가 원래의 취지대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선 문 대표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분당 움직임을 제지해야 하는 야당이 여권이 수용하기 힘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겠다는 심산”이라고 했다.

◇야당 안에서도 반발=새정치연합은 당내 곳곳에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제도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선거제도라 같은 측면에서 거론하긴 어렵고 좀 더 심층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주고받는 방식으로 하는 건 현재로선 좀 빠른 판단이 될 것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심층적 논의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 지도부의 일치된 의견이 아님을 시사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한 의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어떻게 의원총회 한 번 열지 않고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느냐”며 “의원 정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오픈프라이머리만 받는다면 결국 여당이 다 이기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로부터 전폭 지지를 받아온 혁신위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한 혁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맞트레이드’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어떻게 이 두 가지를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깜짝 제안은 여야가 서로 평행선만 그리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물꼬를 터뜨리는 동시에 대여 및 당내 주도권 회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당 혁신위가 내놓은 권역별 비레대표제를 실현할 뿐 아니라 의원 정수 확대 주장으로 국민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당의 이미지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시 호남에서 얻는 의석보다 영남권에서 야당에 내주게 될 의석수가 더 많아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최승욱 한장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