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이통사가 CCTV 도전장?… 이종격투기 링 오른 IoT전쟁

입력 2015-08-07 02:39

사물인터넷(IoT)은 최근 몇 년 사이 IT업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다. IoT가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눈길을 끄는 건 특정 분야가 아닌 IT 관련 모든 기업들의 시선이 IoT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IoT가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판단해 IoT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은 IoT 시장을 두고 전 세계 IT기업들이 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종 간 경계 모호해져=IoT는 간단하게 말해 기계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기계가 정보를 받아들이면 이를 다른 기계로 보내 필요한 작업을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한 여름에 집을 시원하기 위해 에어컨을 가동시킨다고 하면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에어컨을 켰다. 하지만 IoT 시대가 되면 에어컨에 있는 센서가 온도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에어컨을 켠다. 아니면 스마트폰과 에어컨이 연동해 사람이 집에서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에어컨을 가동해 집안 온도를 내릴 수도 있다.

IoT를 구현하기 위해선 크게 세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다. 완제품, 센서 등의 하드웨어, 기계 구동에 필요한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 먼 거리에서도 기계들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이 갖춰져야 한다. 이렇다보니 하드웨어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통신사 등 과거에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업체들이 같은 영역을 두고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폐쇄회로TV(CCTV)를 연결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CCTV는 보안업체의 영역이었다. CCTV가 감시용이기 때문이다. ADT캡스는 홈시큐리티 시스템 ‘ADT 캄’을 제공 중이다. CCTV로 외부인의 침입 감지, 집안 상황 확인, 화재 경보, 가스 경보, 조명 제어 등을 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스원은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방범상태를 설정하고 이상 징후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콤 홈블랙박스’를 제공 중이다.

이동통신 3사도 이와 유사한 CC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출동보안 경비 자회사인 네오에스네트웍스(NSOK)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HD CCTV 영상보안 서비스와 무인경비 서비스를 묶은 ‘NSOK 비디오 클라우드’를 제공 중이다. KT는 실시간 모니터링과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레 기가 IoT 홈캠’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도 홈 CCTV ‘맘카’를 출시했다. 보안업체는 경비서비스를 중심으로 IoT로 외연을 넓힌 것이고, 이통3사는 통신서비스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셈이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IoT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다른 업종 간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oT 표준에 집중하는 IT 공룡들=IoT 시대의 경쟁이 이전과 다른 건 개방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방을 우선순위에 둘 이유가 없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완제품 하나만 판매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IoT 시대는 혼자서 모든 걸 할 수가 없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망까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만 완성된 서비스로 나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IT 공룡들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중이다. 스마트폰에서 생태계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던 구글과 애플은 IoT에서도 같은 상황을 반복하려고 한다. 구글은 최근 IoT용 운영체제(OS) 브릴로(Brillo)를 공개했다. 핵심은 개방이다. 개방형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했듯, 모든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IoT 시대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2014년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 kit)을 공개한데 이어 최근에는 홈킷을 채택한 스마트 온도조절장치 에코비3를 애플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필립스, 오스람 등 주요 가전업체와 협력을 약속한 상태다. 이밖에도 퀄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각자 IoT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도 스마트홈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생태계를 만드느냐, 생태계에 속하느냐=IoT를 준비하는 기업의 선택은 두 가지다. 생태계를 직접 만들거나, 남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후자는 안전한 선택이다. 활성화된 생태계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한계도 있다. 생태계의 규칙에 따라야만 하다보니 원하는 대로 사업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일원이었던 삼성전자가 IoT에서는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IoT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 IoT 기업 스마트싱스를 2억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5월에는 개방형 IoT 기기 개발 플랫폼 아틱(Artik)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OS를 TV, 카메라, 스마트폰 등에 탑재하며 IoT용 OS로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삼성전자는 IoT에서는 개방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생태계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 이통 3사도 국제 표준을 채택해 직접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통합형 IoT 플랫폼 ‘씽플러그’를 열었다. 국제 표준인 원M2M(oneM2M) 기반이어서 호환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세계 최대 IoT 사업자 연합인 '지웨이브 얼라이언스‘와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작년 12월 전 세계 230여개의 회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지웨이브 연합에 아시아 최초로 가입했다. LG유플러스는 스위치, 플러그, 에너지미터, 온도조절기, 열림감지센서, 도어락 등 6개 홈IoT 신규 서비스를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IoT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상황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고려해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협력과 공유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