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3) 여사가 3박4일 일정으로 5일 방북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받은 지 7개월여 만이다. 꽉 막혔던 남북 관계를 변화시킬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정부 메시지 없는 ‘나 홀로’ 방북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 여사는 오전 10시쯤 김포공항에서 이스타항공 전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여사는 김성재(전 문화부 장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분단 70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6·15정신으로 화해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왕래하면서 사는 민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양에 간다”고 밝혔다. 공항에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여사를 영접했다.
방북단은 김 전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 등 18명의 수행원으로 구성됐다. 이 여사는 도착 직후 백화원 초대소에 여장을 푼 뒤 평양 소재 평양산원(여성 종합병원)과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했다.
김 제1비서와의 면담은 북측으로부터 확약 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 제1비서가 직접 초청 친서를 보낸 만큼 돌발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 여사가 개인 자격임을 강조하며 별도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다만 긴급 사안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북한 협조 아래 방북단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와 묘향산 호텔에 직통전화와 팩스 등을 개설했다. 이 여사는 8일 전세기 편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통일 염원 안고… 訪北길 오른 이희호 여사 평양 도착 “분단 70년 아픔·상처 치유 기대”
입력 2015-08-0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