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판계에서는 작고 자족적이고 대안적인 생활방식과 경제체제를 모색하는 이야기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필두로 올해 ‘주말엔 시골생활’, 최근의 ‘산촌자본주의’까지 이런 분위기를 띤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장기불황과 노령화, 금융위기, 원전사고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도 이 부류에 든다. 저자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실천가로 꼽힌다. 일본어 원서 제목은 ‘소상인의 권유’인데, 1950∼60년대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상인들을 불러내 작고 지속가능한 삶과 경제로의 전환을 상상한다.
저자가 책에서 공들여 입증하려는 것은 성장의 시대가 끝났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이고 성숙전략이라는 점이다. 과거 일본의 고도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던가를 분석하면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당시 일본이 젊고 가난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소상인의 철학은 한계에 부딪힌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것은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삶과 사회를 ‘휴먼 스케일’로 재조정한다는 의미다.
김남중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장기불황·노령화에 필요한 삶과 경제
입력 2015-08-07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