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마다 세상을 살펴주는 천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그런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화자는 화요일. 자신의 날을 맞은 화요일은 공원 벤치에 쓸쓸히 앉아 있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이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렸을 때의 슬픈 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생일날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에 대한 기억 말이다.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그 인형을 잃어버린 줄로만 알고 있었다. 실은 동네 장난꾸러기 꼬마가 인형을 몰래 빼간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에 와서야 화요일을 통해 전해 듣게 된다. “아이고, 저런.” 할머니는 한숨을 쉬었지만, 이후 자신의 손을 떠난 인형이 돌고 돌면서 가져온 변화에 더 놀라게 된다. 소년은 곧 잘못을 뉘우치고 돌려준다는 게 그만 한 골목을 더 가서 던지고 말았다. 그 집에는 병을 앓는 소녀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생기면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생각했는데 인형이 떨어진 것이다. 소녀는 피아니스트가 되어 훗날 연주회를 연다. 연주회를 듣던 어떤 아버지는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둔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지에 감동한 아들은 기분이 좋아 나무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고…. 감동이 감동을 전하는 비결은 간명한다.
“어떤 사람이 좀 착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 마음을 기쁘게 해 주면 돼요. 어렵지 않아요.”
슬픔에 젖어 있던 할머니가 흐뭇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우리 삶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슬픔 역시 기쁨과 이어질 수 있는 등 인생에 대해 눈뜨게 하는 책이다. 1977년 출간돼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체코 국민작가의 그림책이다. 김경옥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추억을 찾는 할머니와 화요일의 특별한 만남
입력 2015-08-07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