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후 2015년 현재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던 정당만 120개에 이른다. 의원을 보유했던 정당도 40개가 넘는다. 정당들은 오픈프라이머리, 네트워크 강화, 선거제도 개혁 등 다양한 혁신안을 내놓으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 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가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발전소 학교장인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좋은 정당정치는 실현 가능한 일인가. 가난한 시민의 이익과 열정을 제대로 조직하고 표출하고 대표하는 정당이 없다면, 사회경제적 강자 집단을 견제하기는커녕 불평등과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정당은 시민을 더 단단하게 조직해 주어야 하고, 이들의 이익과 열정을 공공 정책의 형태로 더 확고하게 제도화해 주어야 한다. 정당이 약하면 민주정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속물이자, 많이 배운 중산층 전문가 집단의 허영심을 채워 줄 놀이터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당이 사회적 내용은 빈약한 채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경쟁만 벌인다면 안 된다. 정당정치는 시민 개개인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공통의 조건을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민주주의에서 갖출 정당정치의 조건
입력 2015-08-07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