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있는 선정릉 녹지지역의 여름철 기온이 주변 빌딩 지역보다 평균 2도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의 ‘도시 냉각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2년간 선정릉 중앙지점과 주변 상업지역의 여름철 기온을 측정·분석한 결과 6∼8월 오후 4시에 선정릉 중앙은 평균 27.8도, 주변 상업지역은 이보다 2.8도 높은 평균 30.6도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선정릉은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으로 성종과 정현왕후 윤씨의 묘인 선릉, 중종의 묘인 정릉이 있다.
여름철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은 물론이고 야간에도 녹지와 상업지역이 2도 이상 기온차를 보였다. 6월은 오후 2시∼오전 3시, 7월은 오후 1시∼자정, 8월은 오후 1시∼오전 2시에 선정릉 내부의 기온이 주변 빌딩지역보다 2도 이상 낮았다. 야간에도 2도 이상 기온차가 발생하는 경향은 11월까지 계속된다. 11월에는 오후 5∼11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상업지역의 아스팔트와 빌딩 등 인공구조물이 주간에 흡수한 많은 양의 태양 복사에너지를 야간에 방출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쉽게 뜨거워지고 잘 식지 않는 셈이다.
상업지대와 녹지의 기온차가 가장 커지는 시기는 8월로 오후 3∼6시에 3도 이상 차이를 보였다. 9월에도 오후 5∼7시 3시간 동안 3도 이상 기온차가 벌어졌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013년부터 선정릉의 녹지 3곳과 주변의 빌딩·상가 등 상업지역 9곳, 선정릉과 상업지역의 경계 4곳 등 총 16개 지점에 도시기상관측망을 설치해 운영했다. 그중 녹지의 중심부 1곳, 햇빛·가로수의 영향을 고려해 선정한 상업지역 측정지점 3곳의 관측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27일부터 ‘2015년 수도권 도시기상 집중관측’을 시행 중이다. 서울대 부경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 4곳도 참여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이번 집중관측 자료는 서울의 도시열섬 및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른 열 환경을 분석하고 도시의 복잡한 기류와 오염물질 확산 모델을 검증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녹지의 힘… 도시 냉각 효과 확인
입력 2015-08-06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