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읽는 ‘디지털 비서’… 실용화 속도내는 IT 공룡들

입력 2015-08-06 02:37

미국에서 2013년 제작된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매일 대화를 주고받던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이 운영체제는 단순히 정보를 검색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남자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감정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렇듯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디지털 비서’를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과 애플이 올가을 디지털 비서로 불리는 개인생활 예측 서비스의 상용화에 돌입할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지털 비서는 스마트폰이나 IT기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성향과 상황을 분석해 지원하는 기능을 뜻한다.

애플은 차기 운영체제(OS)인 iOS9에 한층 진화한 ‘시리(Siri)’를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아이폰에 적용된 시리는 음성 명령을 하면 이것을 인식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나 개인 일정 등을 알려주는 식이었다. 새로 선보일 시리는 업그레이드된 검색 소프트웨어인 ‘스포트라이트(Spotlight)’와 결합해 직접 명령을 하지 않고도 이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아침 운동을 즐기는 이용자가 헤드폰을 스마트폰에 꽂으면 자동으로 운동에 적합한 댄스 음악을 들려주는 식이다.

구글은 ‘구글 나우’를 통해 디지털 비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구글 나우는 구글 웹검색, 메일, 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사용 시간·장소 등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한다. 애플이 스마트폰에 수집·저장된 정보를 토대로 이용자의 반복적인 생활패턴을 분석해 제한적으로 이용자에 접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친구가 식당을 추천한다면 이에 대한 후기와 전화번호, 예약 가능 스케줄과 지도, 예약할 수 있는 앱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29일 통합OS ‘윈도10’을 전 세계 동시 출시하며 디지털 비서 ‘코타나(Cortana)’를 적용했다. 윈도10에 탑재된 코타나는 더 똑똑해져 이용자가 까먹을 만한 정보까지 알려준다. 장을 보기 전 코타나를 구동해 ‘계란을 사야 한다’고 말해두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식료품점에 갔을 때 이를 알려주는 식이다. 페이스북 역시 페이스북 메신저 앱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개인 비서 서비스 ‘머니페니’(가칭)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 업체들이 디지털 비서 서비스에 집중하는 까닭은 행동을 먼저 예측해 편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한 충성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디지털 비서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은 더 많은 고객을 아이폰 생태계에 끌어들이고, 구글은 광고와 연계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