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00여명의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원을 실은 친선특급 열차가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다. 부산과 서울을 거쳐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20일 동안 1만4400㎞를 달렸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20일간 한반도 통일과 평화, 유라시아시대 개막의 염원을 안고 6개국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광복 70주년 세미나 및 한·러 차세대 리더교류, 재외 동포와의 만남, 문화체험 행사 등이 열렸다.
장시간 열차로 이동하는 동안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머리를 감기 위해 생수통을 잘라 서로 물을 부어주기도 했고, 마술 공연과 역사 강연 등 각종 이벤트를 함께하며 한 평도 되지 않는 4인실 객실에서 같이 지냈다. 단원들끼리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시베리아 벌판의 일출이 펼쳐내는 장관을 볼 수도 있었다.
이번 일정에 참가한 백지은(24·여·건국대)씨는 “열차 생활이 무척 힘들 것 같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오히려 기차 생활이 더 재밌고 편하게 느껴졌다”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돼 무척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열차가 도착하는 도시마다 현지 정부 관계자와 주민, 교포들이 나와 열차를 반겼다. 하바롭스크 주립음악당에서 열린 국악단 ‘소리개’의 공연은 현지 주민과 고려인 등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이 흥에 겨워 공연장 밖에서까지 같이 어울려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비행기로는 불과 열 시간 남짓 거리를 20일이나 걸려 열차로 달려오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 분단에 가로막혀 더 이상 운행하지 못하던 유라시아 열차를 시험적으로 재운행해 본다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이는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것으로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신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출발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를 통해 남북 철도가 이어져 통일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면서 “고려인과 현지 교포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독일 베를린에서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통일 기원 대행진과 통일 독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펼쳐진 ‘유라시아 친선특급 폐막 음악회’에서 참가자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평화통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행사는 통일을 향한 한국인들의 열정과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장을 열었다.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역이 없다. 9개의 기차역은 벨라루스키역, 키예프역, 레닌그라드역 등 종착역의 이름을 쓴다. 남북 철도가 연결돼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브역이 서울역이나 코리아역으로 바뀌어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동쪽 끝 관문 역할을 하는 날이 곧 오게 되길 기대해본다.
모스크바·베를린=사진·글 이병주기자 ds5ecc@kmib.co.kr
[앵글속 세상] 통일·평화 꿈을 안고… 유라시아 친선특급, 1만4400㎞ 미래 향한 질주
입력 2015-08-06 02:49